비만은 더 이상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국가적 질병이자 사회 구조적 문제입니다. 최근 10년간 성인 비만율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비만 성인 인구는 38.4%에 달합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16조 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흡연(약 11조 원), 음주(약 15조 원)로 인한 비용보다도 더 높다고 합니다.
비만은 의료비 증가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병가, 조기 퇴직 등 간접 비용까지 유발하며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사회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비만을 ‘의지 부족’이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은 치료의 필요성이 분명함에도,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만듭니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며,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조기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특히 비만은 교육 수준, 소득 수준, 지역 환경 등에 따라 유병률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회적 건강 불평등 질환입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국민 건강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제는 비만을 국가가 관리해야 하며, 예방 중심이 아닌, 치료 중심의 국가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지난 1차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2018~2022) 이후 후속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정책 공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정책 추진을 요청 드립니다.
첫째, 비만을 명확히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하고, 예방뿐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가능한 국가 정책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둘째, 특히 중증·고도비만 환자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약물치료가 가능하도록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하고, 단계적 시범사업을 통해 임상적 효과성과 비용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중단된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을 조속히 재정비하고, 비만예방관리위원회 설치 및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정책의 지속 가능성과 실행력을 확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만은 구조적 문제이며, 치료받을 기회는 국민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치료 접근성을 책임지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건강은 개인의 의지가 아닌, 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할 조건입니다. 국민 누구나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 있는 개입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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