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원(解寃)의 시간을 여는 8․15해방(解放) 80주년”
1. 43년 만에 드러난 진실, 그러나 회복은 아직
2023년 12월 23일,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공식 진상규명 사건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과거사 진상조사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폭력 속 성폭력 피해가 독립 의제로 인정된 결정이며, 43년간 침묵을 감내해온 피해자에게 국가가 처음으로 건넨 공적 응답이었습니다.
이후 2024년 6월, 해당 결과는 대통령실에 보고되었고, 9월 30일에는 국회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서는 최초의 집단 증언대회가 열렸습니다. 2024년 11월 14일, 추미애 의원은 「5·18보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피해자들의 용기에 국회가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 이후에도, 피해자들은 치유와 회복, 배·보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부터 여전히 멀리 서 있습니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공식적인 국가의 책임 선언 없이 제도는 움직이지 않고, 회복은 여전히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2. 해방(解放)의 말, 해원(解寃)의 시간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며,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해방되지 못한 목소리들이 존재합니다. 말할 수 없는 상처로 삶의 일부를 봉인하며 살아온 피해자들에게, 국가는 아직 해방의 이름으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해방(解放)’은 단지 과거의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가폭력으로 인해 지워진 존재들이 다시 이름을 회복하는 일이며, ‘해원(解寃)’은 그 이름을 부르고, 억울함을 드러내며,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입니다.오는 8월 15일, 대통령께서 피해자들을 향해 진심을 담은 공식 사과를 천명해주신다면, 그 선언은 단지 과거를 정리하는 언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공동의 해원'을 경험하게 하는 해방 80년의 새로운 언어가 될 것입니다. 그 언어는 억울함을 푸는 시작이자, 정의로운 공동체로 나아가는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2. 국민의 존엄을 지키는 국가의 응답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유감을 표현하는 형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가 피해자와 국민을 존엄하게 대하려는 의지를 공적으로 천명하는 윤리적 실천이며, 이 사회가 더 이상 침묵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민주주의의 약속입니다.
진상규명은 이미 이루어졌고, 국회도 법안을 발의하며 응답했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국가를 대표한 공식 선언’입니다. 그 선언은 피해자들에게 “나는 더 이상 지워진 존재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되찾아주고, 우리 모두에게 국가가 정의를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뢰를 다시 심어줄 것입니다. 그 진심 어린 사과는 피해자에게 단지 위로가 아닌 정의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회복은 공동체 전체가 망각을 넘어서 기억을 선택하는 순간이며,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실천이 될 것입니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생애사적 비밀이 공동체의 기억으로 전환되는 일—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깊은 치유이며,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정의 공동체 회복의 교두보입니다.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바로 그 시작점에 놓인 가장 중요한 책임 있는 응답입니다.
2025년 7월 31일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 간사 윤경회
피해자분들이 실망하실까 봐 조용한 방식으로 요청드리며 응답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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