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식점, 병원, 관공서 등 다양한 생활 공간에서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장마다 화면 구성, 버튼 명칭, 색상 등이 제각각이라 젊은 세대조차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특히 고령자나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이용 자체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튜브 영상 「그냥 안 먹고 말지 – 디지털 감옥에 갇힌 노인들」을 보고 이 제안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햄버거 하나 주문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의 모습은, 디지털 전환의 그늘에서 고령층이 얼마나 쉽게 소외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역량 수준은 55.9%에 불과하며, 전체 국민 평균을 100으로 환산한 상대적 정보격차 지표에서도 고령층은 36.9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50대까지 포함한 결과로, 실제로 70대 이상 고령자의 역량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키오스크는 글씨가 작고, 터치 반응이 과도하게 민감하거나, 버튼 명칭이 영어로 되어 있어 고령자에게 큰 장벽이 됩니다. “Confirm”, “Select Option”, “Next” 등의 문구는 직관적이지 않으며, 시력 저하나 색약이 있는 경우 주요 버튼조차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결제 후 영수증이 출력되지 않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이러한 불편은 단순한 이용의 어려움을 넘어, 자존감 상실과 디지털 기피, 나아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새로운 소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고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고령자 친화형 키오스크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였으며, 미국은 장애인 접근성 기준(ADA)을 키오스크에도 적용하여 음성 안내, 글자 확대 기능 등을 기본 탑재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디지털 포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키오스크 UI 플랫폼’을 구축하고 업종별 통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고령자 접근성 확보도 법제화되었습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보급, 접근성 인증제 도입, 일부 지자체의 디지털 서포터즈 배치 및 체험 교육 등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현장 적용률이나 일관성, 체감 수준은 매우 낮습니다. 특히 일부 가이드는 ‘개발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의 직관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기술이 '혁신'이 되는 순간, 누군가에겐 '장벽'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정책 보완을 제안드립니다.
[정책 제안]
1. 키오스크 UI 가이드라인 고도화 및 적용 의무화
- ‘담기’, ‘결제’, ‘취소’ 등 핵심 기능 버튼의 위치, 색상, 아이콘 등을 표준화
- 결제 수단 버튼 구성 및 순서 통일 (예: 카드 > 간편결제 > 쿠폰 > 현금), 결제 실패 시 재선택 안내 문구 자동 표시
- 고령자용 간편 모드를 기본 옵션으로 제공하도록 권고하거나 의무화
- 실제 가이드라인이 적절히 적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모니터링 및 평가체계 마련
2. 접근성 인증제 강화 및 민간 프랜차이즈 참여 확대
- 인증받은 매장은 접근성 등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
- 프랜차이즈 본사 단위의 가이드라인 채택을 유도하고,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제공
3. 디지털 서포터즈 제도의 전국 확대 및 상시 운영
- 병원, 관공서, 무인매장 등에 디지털 안내 인력 배치 의무화 (※ 고령층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계 가능)
- 복지관, 주민센터, 도서관 등을 거점으로 실습형 체험 교육을 정례화하고 정규 프로그램화
[참고자료]
-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 2024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https://www.nia.or.kr/site/nia_kor/ex/bbs/View.do?cbIdx=81623&bcIdx=27832&parentSeq=27832
- EBS 다큐 | 「그냥 안 먹고 말지 – 디지털 감옥에 갇힌 노인들」
https://youtu.be/DWELsVSBU34?si=VW5JnJoVScLA7qXk
댓글 -
정렬기준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