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초중고등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반드시 구성, 운영되어야 합니다.
지난 30여 년 동안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영되어 온 것을 평가하고 이 제도를 계속해서 유지 존속시킬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학교현장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1995년 제도 도입 당시에 학교운영위원회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시 전달 규제 위주의 교육행정
2. 자율권 및 재량권이 부족한 획일적 학교 운영
3. 참여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에 미숙한 학교 운영
4.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는 학교 운영
5.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의 교류가 미흡한 학교 운영
6. 경영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학교 운영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 설치에 따른 기대효과로 다음과 같은 예측을 하였습니다.
1. 학부모 및 지역사회인사들의 해당 학교운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확대시켜 교육공동체 형성에 크게 이바지
2. 학교운영의 합리화를 도모하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학교운영체제 정착
3. 학교실정이나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인 학교경영이 실천되고 이에 따라 학교교육의 다양성 증대
4. 학부모나 지역주민 등 학교운영위원회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학교경영상에서 학교의 주요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학교운영이 잘못되면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식을 갖게 되어 부족한 학교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일층
이러한 기대효과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보완조치 및 지원체제도 필요하다고 제시되었습니다.
1. 구성 및 운영의 중요사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결정하여 전국적 통일성을 유지하되 지역특성에 따른 세부 구체적 시행은 지방교육자치당국이나 단위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방식 필요
2. 정상적인 설치가 어려운 학교의 경우 위원회 기능을 대신할 여타조직을 운영하거나 기존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모색
3. 학교운영위원회가 보다 활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과 책임이 제고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교육청 등의 교육행정기관이 가지고 있던 많은 소관업무를 단위학교의 업무로 이관하여 실질절으로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확대 노력 필요
4.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의 구너한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를 다양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
5. 당시 조직되어 있던 육성회 폐지 및 학교운영위원회로 이관
6. 학교운영위원회부터 학교교육활동 전반에 이르기까지 위원들과 학부모에 대한 교육 광범위하게 실시
그러나 지난 30년 간 학교운영위원회는 기대 효과를 달성해내지 못했습니다.
학교 행정은 실질적으로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이 결정하고 하달한 것을 세부적으로 집행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 절차가 법령에 규정되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거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절차를 거칠 뿐입니다.
교직원이 회의하고 입안하여 안건을 제출하고 학교운영위원회는 거수기가 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고,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고 하나, 실제 운영상으로는 학교장 중심도 아니고 상위의 교육 당국의 의사결정구조의 지배 하에 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달된 내용과 달리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전혀 없습니다.
일반 교원은 교원대로 행정적 업무가 추가되는 부담만 발생합니다.
교원의 행정업무 자체도 교원의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사항들이 다수 있는데, 그 와중에 무의미하고 무익한 절차까지 가중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간혹 심의 과정에서 안건의 핵심이나 본질과 벗어난 발언들이 오가면 오히려 효율성을 저해하고 교원의 부담을 가중합니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불만족스러워합니다.
학교의 규모에 관계 없이 참여는 매우 미약합니다.
전체 학교 운영에 관심 있다기보다 각자의 자녀만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에게는 어차피 몇년 후 떠날 학교에 관심을 둘 이유도 없고, 자녀의 진학이나 진로 이외의 것들은 매우 부차적인 것입니다.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다루어지는 전반적인 학교 운영, 학교 행정에 관심이 크지 않습니다.
대신 교실에서 내 아이에게 적용되는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관심이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급식, 교복 등도 무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참여형 의사결정의 필요성이 미미합니다.
안 좋은 사례의 경우 학교운영위원의 자녀에게 특혜가 주어지기를 바라거나 요구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지방의회의원은 어느 곳인가 학교운영위원 직을 겸하고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역위원이라는 자격으로든 본인 자녀의 학부모 자격에서든 학교운영위원 이력이 없는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들은 학교운영의 발전과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교육을 제고하는 데 관심이 없습니다.
자신의 이력에 추가할 뿐이고, 지역 유권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학교운영위원회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아니더라도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학교의 교육활동에 동참하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오히려 법령상 규정된 권한과 기능을 보면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육 활동의 동참하는 것과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학교운영과 학교행정의 의사결정을 보다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에서의 위원회 참여보다는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에 보다 전문적인 기능을 하는 다양한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하고 거기에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의 학교운영위원회 제도는 학교 교육의 모든 주체들에게 이익이 되지도 않고 단위학교 운영에도 학생 교육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학교의 민주성과 자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으면서도 학교 교육의 주체들을 지금보다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학교운영위원회라는 실험은 이미 실패했습니다.
댓글 -
정렬기준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