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저는 경상북도 김천시 대덕면 가례리 댐이 건설되면 수몰되는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온 농민입니다.태어나고 자라서 농사짓고, 아이 낳고, 부모님을 모시고, 지금도 매일 같은 길을 걸으며 살아가는 제 삶의 전부가 이 마을입니다.
그런데 감천댐 건설 계획이 추진되며, 저희 마을이 수몰지로 지정된다는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댐이 건설되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저는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지 않습니다.이 마을에서, 지금처럼 이웃들과 인사 나누며, 계절을 같이 겪고,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고 싶습니다.이곳은 저의 ‘고향’이 아니라, 저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칩니다.찬성과 반대 입장이 갈리며 오랜 이웃들 사이에 벽이 생겼고, 같은 동네 살고 잇는 형제들끼리 웬수지간이 되고 있습니다.장터에서, 마을회관에서 마주치기만 해도 따가운 눈총이 느껴집니다.이웃들과 편하게 웃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게 제일 고통스럽습니다.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숨이 막히고, 마음이 무너집니다.
감천댐 건설은 단순한 개발이 아닙니다.수십 년, 아니 수백 년 이어온 공동체를 끊고, 삶의 뿌리를 잘라내는 일입니다.
이대로 댐이 건설된다면,이 마을은 지도에서만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부디 이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저와 같은 사람도 여전히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감천댐 건설을 철회하고, 마을의 존엄과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십시오.
저는 이 동네에서 이웃들과 살다 죽음을 맞이 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호소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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