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에 앞서
시조는 고려말에 그 형식이 갖추어진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입니다. 일제강점기엔 민족의 얼이 담긴 시조의 부흥 운동이 일어났고, 나아가 가람 이병기 선생이 실감실정의 표현 등 시조 혁신론을 주창하며 순수문학의 한 갈래로 현대시조의 방향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이은상에 이어 김상옥, 이호우, 이영도 등 걸출한 시조시인들이 등장했고, 2025년 현재 이천 명에 이르는 시조시인들이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사)한국시조시인협회를 비롯하여 각 지역 시조 단체는 시조 보급을 위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우리 시조를 쓰고 보급하는 활동이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1일 미국 시카고 세종문화회에서 개최한 시조 부문 경연대회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1,164명이 응모를 했다고 합니다. 또한 위스콘신 대학과 세종문화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시조 경연대회도 있으며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도 시조 경연대회를 실시합니다. 시조의 구조적 미학에 심취한 미국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시조를 가르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한 하버드 대학교 데이빗 맥캔 명예교수와 브리검 영 대학교 마크 피터슨 명예교수는 시조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시조는 예전과 달리 자유시에 밀려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학생들에게 노산 이은상을 아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흔듭니다. 고시조는 몇 편 알고 있으나 현대시조는 아예 모른다고 합니다. 가르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나마 교사로 재직하는 시조시인들이 있어 특별활동으로 그들에게 시조를 배운 학생들이 (사)한국시조시인협회와 각 지역 시조 단체에서 개최하는 백일장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적인 교과과정을 통한 시조 교육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제안에 들어가며
2021년 문학진흥법 개정에 의해 시조가 독립 장르로 법적 인정을 받았으나 그에 따른 후속 법령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을 올립니다.
1. 시행령 제정으로 ‘교육방송’ 등 공영방송에 시조 관련 프로그램 편성
국악의 경우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국악 방송이 있어 국악의 저변 확대가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조 또한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시조 창작을 장려하고 시조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일본은 자국의 정형시 하이쿠를 일본 문화의 상징으로 내세워 적극 지원함으로써 외국에서 하이쿠가 정규 교과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2.초, 중등 교과서에 수록되는 현대시조 비중 확대
국어 교과서 편찬 과정에 (사)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추천하는 시조시인의 참여를 명문화하여 학생들에게 현대시조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배웠던 노산 이은상의 시조를 그들의 자녀가 모른다는 사실은 분명한 교육의 단절입니다. 서양에서 건너온 자유시가 문단 주류를 이루며 시조가 소외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원인을 시조 자체에서 찾는 자조적 판단도 있었으나 그간 정책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수능 시험에 한 번도 출제된 적이 없는 현대시조에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가며
초등학생들이 특별활동으로 시조 배우길 좋아하며 율격에 맞춰 시조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시조가 진정한 우리의 시가이며 우리말 학습과 글쓰기 연마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과거에는 시조창으로, 현대에 이르러 가곡으로 노래가 된 시조는 한과 흥이 조화롭게 펼쳐지는 한류의 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초장 중장 종장의 독특한 시적 구조는 시조만이 가진 미학으로 외국인들에게 경탄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시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정형시,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시조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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