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갑자기 문자가 와서 '**엔터테인먼트'라는 곳에서 영화리뷰 건당 알바 문자가 왔었습니다. 간단한 설문조사라고 생각해서 클릭했더니 카카오톡방으로 가더군요. 어떤 여자 매니저라는 사람이 영화 영상 몇개를 보고 리뷰하고 평점 요청해서 보냈고,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라고 해서(혹시나 해서 비번 등은 제가 안 쓰는 걸로 했습니다) 하고, 거기에 기록이 적립되었습니다. 다음 날엔가 단체 리뷰평점 알바가 있는데 가능하냐 해서 알겠다 해서, 텔레그램 방에 초대되었습니다. 거기에 저하고 다른 여자분이 처음이라고 하고 전에 했다고 하는 사람들 3-4명 있었고, 역시 여자 매니저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는 건당 평점만 매기면 되는 구조였고, 너무 정신이 없이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리고서 금액을 넣으면 (3개 정도 옵션을 주었습니다), 건당 알바금액 + 수익금액(10~30%)를 제시해서, 다른 사람들은 다 큰 옵션을 선택하는 식이었고 저는 제일 작은 것을 2회 정도 했습니다. (2회 합쳐서 100만원 넘었습니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싶고 더 하기가 싫어서 안하겠다 했더니, 매니저라는 사람이 계속 개인 메세지로 압박하고 어쩌고 해서 저는 안하겠다 하는데 융통해서 해라 압박을 하더라구요. 다른 초짜?분은 주변에 대출융통해서 3회차 넣었다고 하는데, 저는 끝까지 안했구요. 그랬더니 매니저라는 사람이 자기가 알아서 선택해서(선택을 강요해서), 3회차는 본인이 돈을 넣어주겠다, 본인도 3천만원 개인돈 넣고 하는거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신경끄고 냅뒀습니다. 총 12회차라는 사실도 그 때 알게 되었고, 저는 안하겠다 했더니 제가 안하면 다 수익없고 원금만 돌려받게 된다 해서, 상관없다 했습니다. 강제로 4회차가 되면서 10만원?인가 넣으라고 해서 돈도 없고 안하겠다 완강하게 해서 전체 그냥 종료되었습니다. (솔직히 수익 그런 것 자체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거든요. 설문조사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72시간 뒤에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매일 알아서 원금반환 진행(다른 리뷰팀들이 이어서 끝내야 원금반환이 된다 하더라구요) 업데이트를 주었고, 다음날 오전 11시경에 반환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다른 초짜?분은 어떻게 계좌로 반환되냐 등을 물어보는데 답이 없었던 상태였구요. 오전 11시경 이후에 확인해보니까 텔레그램방은 폭파되어 있고 금액은 입금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경찰청 사이버신고 접수하고, 상대은행(KB국민) 콜센터 전화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마침 주말/휴일이기도 했구요. (금감원 전화해도 휴일은 해당 은행 콜센터로 연결되더라구요.) 은행 콜센터는 수사기관 요청이 있어야 지급정지 등 조치가 된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사기신고 앱도 알게 되서 거기에 신고 했는데, 아직까지 의미있는 내용은 없고, 일부 댓글들도 돈 받기 쉽지 않다는 식이더라구요.
제가 회사 일이 바빠서 가족/지인 통해서 경찰서에 정식접수 진행해서, 수사관 배정까지 됐습니다. 보니까 사이버신고(ECRM) 에 뜨는 수사관님 이름하고, 배정된 수사관님(카톡 국가수사본부로 오는)하고 실제 배정된 수사관님은 또 다르더라구요. 제가 받은 느낌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보이스피싱 아니면 구제는 쉽지 않다, 수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돈 받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미 계좌가 지급정지되어 있다고 하니까 약간 놀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결국 다른 지방 경찰서로 다시 이관되어서 수사관 배정된 상태입니다.)
혹시 몰라서 제 은행(타행)에서 반환요청해봤더니 이미 해당 계좌가 지급정지된 상태였습니다(콜센터 통화했을 때에는 정상계좌였거든요. 사기꾼이 가상계좌라고 얘기했었는데 가상계좌는 아니었습니다. 다른 피해자 카페 사례들을 보니까 같은 계좌로 코인, 로맨스 스캠 등 여전히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KB국민은행 지점 찾아가서 경찰서 사건사고확인원을 가지고 피해구제 접수는 했는데, 은행에서도 보이스피싱은 아니라서 심사해봐야 안다, 추가 서류가 있을 수 있다, 최대 3개월 정도 걸린다는 식이었습니다. 결국 은행에서는 계좌 지급정지 신청한 사람들 리스트에는 올라가 있는데 피해 구제는 안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본점 소비자 보호부에서 '보이스'가 아니라서 안된다는 얘기였는데, 결국 은행에서 보기에 피해는 분명히 인정되지만 구제를 해주고 싶어도 금융감독원 때문에 못해준다고 하였습니다.
추가로 보니까 예금보험공사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고, 금감원 사이트도 보니까 사기계좌 신고 정도 밖에 안보여서(그나마 그것도 그냥 기계적으로 해당 안된다는 단순한 답변이었습니다), 너무 답답합니다. 경찰서도 보면 어떻게 되어가느냐 정도 간단히 전화해보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 폭파된 텔레그램을 주소를 가지고 어떤 식으로 추적할 수는 있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그런 인력분들이 일선서에 계시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저보다 훨씬 많은 금액들로 네이버 카페 등에 공유된 사례들을 보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합니다. 이 때문에 자살하신 분들도 있다고 하고 집안이 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왜 피해구제나 사기 근절이 안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사기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없어야 될 것 같구요.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아이템이나 테마만 다를 뿐이지 사기 수법이나 실체는 동일한데, 소극적이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행정당국의 문제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잘 알기 때문에 사기범들이 대놓고 똑같이 하는 거겠지요...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는 인구감소를 겪고 있고, 자살율은 OECD 최고라고 합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국민들 마저 이런 황당한 사유로 소멸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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