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4시, 직장인들의 심장은 조용히 뛰기 시작합니다. 컴퓨터 시계와 업무 메신저를 번갈아 보며, '오늘는 제시간에 나갈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수십 번 되뇌입니다. 이 시간, 어린이집에 있는 제 아이도 엄마 아빠를 기다리기 시작할 겁니다.
'주 4.5일제'라는 화두가 반갑습니다. 저희의 고단함을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일찍 퇴근하는 건, 사실 부모들에게는 '조삼모사'처럼 들립니다. 금요일의 짧은 행복을 위해, 아이와 함께할 평일 저녁을 4일이나 포기해야 하니까요.
기존의 '탄력근무'나 '유연근무'는 좋은 제도이지만, 결국 눈치 보며 사용하는 '옵션'일 뿐입니다. 회의는 5시에 잡히고, 상사는 6시에 퇴근하는 문화 속에서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는 여전히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감히 제안합니다.
제도를 넘어, 우리 사회의 '표준 시간'을 바꿉시다. '9 to 6'라는 낡은 관성을 버리고, '10 to 4'를 새로운 사회적 약속, 새로운 문화로 만듭시다.
'10 to 4 문화'는 이런 모습일 겁니다.
아침에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서두르지 않고 9시 넘어 아이를 맡깁니다. 10시부터 4시까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일합니다. 점심은 간단히 해결하고, 불필요한 회의는 사라질 겁니다. 4시가 되면, 모든 직장인이 약속처럼 컴퓨터를 끄고 일어납니다. 누구의 눈치도 안보게 됩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약속'이니까요.
그리고 4시 반, 저는 웃으며 어린이집 문을 열고 제 아이를 품에 안을 겁니다. 마트에도 들르고, 놀이터에서 30분쯤 뒹굴어도 저녁이 여유롭습니다.
이것이 저출생 문제의 해답이라고 확신합니다. 부모들에게 필요한 건 몇십만 원의 수당이나 1년에 며칠 더 주어지는 휴가가 아닙니다. 아이의 하루가 끝나기 전에, 부모의 하루도 끝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아이에게 지쳐버린 부모가 아닌, 웃어주는 부모를 선물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직종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무직 근로자들이 일하는 기업과 공공기관부터 이 '새로운 약속'을 시작할 수는 있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에겐 저출생의 심각성을 분석한 보고서가 한 장 더 필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와 눈 맞추고 함께 저녁밥을 먹을 수 있는 '오늘 저녁'이 필요합니다.
'10 to 4 문화'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행복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K-야근'이 아닌 'K-저녁이 있는 삶'을 물려줄 수 있도록, 이 간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4시 하원을 꿈꾸는 한 아이의 부모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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